시작한지 며칠 되었다고 벌써 문제에 봉착했네요.
나이들어서 하는 연애는 내부 갈등보다는 외부 갈등이 더 무서운 것 같습니다.
잘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집에서 반대를 하네요.
이유는 어머니의 '감' 때문입니다. 혹은 '촉'이라고 하나요? 얼굴 한번 안보시고 그 '감'이 안좋다고 반대를 하십니다.
정말 당황했습니다. 난감하더군요.
뭔가 진지한 단계로 접어들려는 찰나에 외부에서 제동이 걸리네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아직 뭔가 계획을 잡기도 전인데, 반대부터 하시니, 그것도 막무가내로 반대를 하시니 뭘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 '감'뒤엔 뭔가가 더 있겠지만, 쉽게 속 이야기를 안꺼내시는 것을 보니, 집요하게 파고들 상황도 아니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표면적인 문제는 아니겠죠.
그래서 한동안 고민을 좀 해봤습니다. 답이 나올리가 없었습니다. 지치더군요. 짜증이 마구 솟구쳤습니다.
그 사람에게도 성질을 부렸습니다. 상처주기 싫어서 이 고민을 쉽게 풀어놓지 못했습니다.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라는 생각에 속에 있는 말을 참고 또 참았습니다. 혼자 짊어지고 해결하고자 했죠.
정말 죄송하지만, 어머니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혼자 멍하니 있으면서 답답한 마음에 밤을 새기도 했는데, 오늘 아침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인생 뭐 있겠어. 일단 GO'
어머니는 천천히 설득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흔들리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일단 갈등의 끝까지 가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무서워서 피할 생각은 접었습니다. 누구에게 상처주는 것이 늘 무서웠는데, 피한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짐을 내려 놓는 것이 필요했기에, 그 사람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같은 길을 가는 동지이니 힘이 되어달라는 바램도 있었습니다.
당장 결말을 지을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설득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상처주는 것을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그 두려움 때문에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이 더 두려워할 일이기에, 정면으로 뚫고 가야겠습니다.
쓰러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 굴복해서 등돌리는 내 자신이 두렵네요.
그 사람이 누군지 많이들 아시는 상황이라 이런 글 자체가 무모하고 경솔해보일지는 몰라도, 시련에 맞서기로 마음먹은 이상 마음에 있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가장 첫번째 단계라고 생각되서, 생각정리 차원에서 글을 씁니다.
세상엔 참 많은 드라마가 있지만, 사람들은 다들 자신들이 평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극적인 드라마는 늘 그 평범함에서 나옵니다. 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드라마의 도입 부분이 되겠죠.
보통 딸들이 엄마와 가까우니까 이렇게 '엄마'의 반대가 있을 때 딸들이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엄마의 반대에 아들들이 더 힘들어하고 견뎌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같이 이겨내자고 말씀하셨다니, 상황은 좀 힘들지만 여자친구분께서도 그렇게 얘기하는 NA님이 든든했을거에요. NA님이 지혜롭게 잘 헤쳐나가시리라 믿지만 굳이 노파심에 한 마디 덧붙이면, 어머니의 의견에 대립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어느모로 보나 도움이 안 될 듯 하니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엄마가 최고다'를 항상 바닥에 깔고 시작하시면 어떨까 싶네요. 저도 해피엔딩 기원해요.
든든하고 솔직한 남친이네요. 연인에게 숨기는것이 나을것도 있고, 숨기면 안 되는 것도 있잖아요.
상처주는 것이 무서워 피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 100%동의합니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것이 더 무섭다는 것을 알고, 연인을 '같은 길을 가는 동지'로 바라보시는
객관적인 눈에도 100%동의합니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렵죠. 그리고 사연없는 연애는 없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