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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TALK
글 수 54,147

저와 비슷한 상황(30대초반 박사과정 연구원)의 남친을 두신 어떤 분께서 쪽지로 조언을 구해주셨는데

 

몇 글자 적어본다는 게 긴 글이 되었습니다. 비슷한 고민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이곳에도 올려봅니다.

 

동일제목의 소설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연락없는 남자가 잠수부 같고 물 속에 들어갈 수 없는 여자가 나비 같아서 붙여본 제목입니다.

 

--------------------

**님께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남자친구분과 비슷한 나이와 상황에 있다보니 도움이 될 수 있을거 같아요.

저 역시 결혼하기 전에 비슷한 문제로 수도 없이 싸우고 화해하고를 반복했고

결혼한 후에도 예전과 비슷한 문제 + 양가집안문제로 지지고 볶고 살고 있어요.

매번 반복되는 문제이지만 그 상황이 다시 되면 비슷하게 흘러가 버리고 그렇더라구요.

조금 나아진 점은 싸우고 나서 다시 좋아지는 시간이 짧아졌다는 거예요.

비슷한 문제를 자주 풀다보니 서로의 감정과 원하는 것을 읽는 능력, 대화하는 능력이 좀 능숙해 진 것 같아요.

 

제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만큼 어느정도 확신을 가지고 말씀 드릴 수 있는 부분이 몇 개 있어요.

 

속마음

 

1. 우선 다른 여자가 생긴건 아닐 겁니다. 도리어 한사람도 벅차서 어떻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거예요. 박사과정 마지막 학기라는게 제일 피말리는 시기인지라.. 주말에도 논문걱정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으실 거고. 몇년을 지내왔던 연구실이지만 연구실 동료들도 교수도 다 마음에 안들고. 이제는 제발 떠나고 싶은 마음 뿐이 실 거예요. 게다가 보통 박사 말년차에는 안하는 프로젝트도 하고 계신다니 압박은 더욱 심하실 듯. 혹시 졸업 후 진로가 산학 등으로 보장되어 있다하더라도.. 논문성과도 충분해서 졸업이 확실한 상황이라고 해도 부담감은 크게 다르지 않으실 겁니다. 결혼도 생각해봤다가 더 늦기 전에 놓아주어야 더 좋은 사람 만나지라는 찌질한 생각도 하지만 그 밑바닥에서 자신의 상황에 몰려 연애의 귀찮음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 그런 숨막히는 상황에서도 남자친구분은 일도 하고 밥도 먹고 웹서핑도 하고 컴퓨터도 영화도 볼 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는 숨을 쉬기 위함이지 즐겁게 놀고 있는 건 아닙니다. 상황이 좋고 마음이 편하다면 여자친구분과 놀러가는 것 만큼 좋은 기분전환도 없지만. 남자분의 상황이 저럴 땐 놀아도 노는게 아니고 답답한 자기 모습과 표정을 여자분께 숨길 수도 없기 때문에 연락을 피하고 계시다고 생각됩니다. 연락을 받으면 많은 말을 해야하고 약속을 잡고 만나야 하는데... 그것마저 심리적 압박으로 다가오는 시기이신거 같습니다. 연인사이에.. 부부사이에.. 서로가 서로에게 휴식과 위안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참 안타깝지만, 어떤 때는 최고의 휴식과 위안이 되는 시기가 있는 만큼 그렇지 않은 시기도 있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3. 지금처럼 연애의 리듬이 아래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는 더 아래로 내려가서 헤어짐을 맞이하거나 점차 또는 극적으로 좋아져서 다시 위로 올라오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어떤 경우에는 가만히 있는 것(기다림)만으로도 시간이 지나며 관계가 좋아지기도 하고 올라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도 많을 겁니다. 제가 조언해 드릴 수 있는 대처방법을 몇가기 적어볼까 합니다.

 

대처법

 

1) 남자분의 일을 도와주거나 고민을 해결해 주려는 노력(대화)은 하지 말아주세요.

 - 어찌보면 따뜻한 말한마디가 될 수 있겠지만 뉘앙스에 따라 잔소리로 들리기 쉽습니다. 박사과정에 계시다면 공부하라는 잔소리가 없어도 스스로 잘 하는 스타일이실 겁니다. " 요즘 많이 힘들지?" 라는 말 조차도 "응~ 많이 힘들어" 라고 대답하고 나면 뒤이어서 할 말이 없습니다. 여자분들은 대화를 통해 서로 위안을 받으며 많은 스트레스를 푸시지만 남자들은 그 행위에 매우 익숙하지 못합니다. 스스로 다정다감하고 대화를 즐긴다고 생각하는 저 역시 제가 요즘 직면한 문제를 대화를 통해 푸는 것은 뭔가 능력이 없어보이고 나약한 느낌을 스스로 받습니다. 정말 힘들 때는 먼저 얘기를 꺼낼 겁니다. 한국사회에서 남자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그렇게 커왔기 때문이란 생각은 합니다. 이런 심리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시다면 최근에 ebs에서 방영한 '남자' 3부작 다큐를 보시면 좀 도움이 될 듯합니다.


혹시 남자분의 연구실 주소를 아신다면 연구실 사람들과 같이 먹을 수 있는 간단한 '간식'을 몰래 우편으로 보내시면 참 좋을 겁니다.

만나고 싶으시다면 도시락을 싸서 학교로 찾아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뭐하러 (힘들게) 찾아왔냐고 틱틱거릴 순 있어도 그동안 못 챙겨준 미안함과 찾아와준 고마움에 태도가 바뀔 것입니다.

뭔가 내조를 하는 듯한 전통적인 한국사회의 모습이긴 하지만 나중에 더 큰 외조로 돌아올 겁니다.

남자에게 데이트는 체력적,심리적,금전적,시간적으로 많은 압박이 있습니다. 물론 자기 일이 잘 풀리고 여유가 있을 때는 연애의 즐거움이 그런 압박을 모두 이겨내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예전에는 미쳐 느끼지 못했던 이런 압박이 하나하나 떠오르면서 데이트를 피하게 됩니다.

 

2) 분위기의 전환

연애든 연구실생활이든 같은 틀 안에서는 같은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고 같은 실수를 하게 되고 같은 문제로 싸우게 됩니다. 논문과 프로젝트가 잘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남자분의 태도에도 변화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전까지 마음을 좀 편하게 먹으시고 그동안 못봤던 친구분들도 보고 음악, 책,운동 등 여가활동도 즐기시고 외모에도 좀 변화를 줘보시는게 어떨까 합니다. 연애라는 것은 서로에게 끊임없이 호기심이 있을 때 유지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여자분의 스타일과 분위기가 달라지만 남자분도 더 매력을 느끼고 즐거워 할 것 같습니다. 더 예뻐지셔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는 뜻입니다. 전국에 미용실이 이렇게 많은 걸 보면 헤어스타일의 변화도 기분전환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고(최근에 아내가 파마를 했는데 전 마음에 들더군요)

 

음악은 몇개 추천드리면

louis van dijk trio의 the summer knows 라는 앨범 - 기분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드릴 겁니다.

페퍼톤즈의 이번 앨범 - 신나게 만들어 드립니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유실물보관소 앨범 - 기분을 바닥까지 내려드립니다. 바닥을 칠 필요도 있지요.

밤에 차분히 기분을 내고 싶다면 beyond the missouri sky 라는 앨범을 추천드립니다.

 

책은

호시오 미치오의 바람같은 이야기 - 사진과 함께 알레스카로 여행. 글도 좋죠.

쓰지 신이치의 행복의 경제학 - 인생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을 때

최규석의 습지생태보고서(만화) - 남자를 이해하는 법

 

최근의 자신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감정의 사이클을 끊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방관하는 자세로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것 같은 일을 정리해서 마음을 좀 추스리시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남자가 기분이 안좋고 뭔가 할일에 쌓여 압박을 받아 혼자있고 싶을 때...  혼자 좀 내버려두고 친구들이랑 놀던 혼자놀던 해줬으면 좋겠는데 여자분들은 보통 '공감'의 능력이 좋으시기 때문에 같이 그게 잘 안되는거 같더라고요. 저도 '내가 기분과 상황이 이러하니 이렇게 하자' 라고 구체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액션플랜을 짜면 좋겠는데 위와 같은 기분을 때는 그렇게 하는 것 마저 힘들어서 콕~ 숨어버리고.. 그래서 상처를 주곤 합니다.

 

결혼 후에 많은 사람들이 신혼 재미 좋냐고 좋겠다고 말들 많이 하지만.

싸우지 않는 연인없고 부부없는거 같습니다.

연애하기 전보다 연애 후에 느끼는  '희노애락'의 범위가 더 넓듯이 결혼 후에는 더 넓어지는 듯 합니다.

둘이라서 더 좋을 때도 있고 둘이라서 더 힘든 점도 있고.. 이건 결혼을 떠나 남녀가 만나면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보다 자신의 심정과 욕구를 스스로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어려운 시기 뜻있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쓰고보니 제 바닥을 다 드러내는 글 같네요. 좀 부끄럽습니다.

제 관점에서 쓰다보니 남자와 연애에 대한 제 생각을 일반화한 점 양해해주세요. ^^;

 

 


해밀

2012.06.04 17:03:25

음..맞는 말씀 같아서 추천 한 방~

벼랑위의뽀뇨

2012.06.04 21:46:26

좋은 말씀 잘 읽고 가요. 기억해 두고 있으면 자주자주 도움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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